문경구곡

문경의 구곡원림과 구곡시가

구곡원림

구곡원림(九曲園林)과 구곡시가(九曲詩歌)의 연원

원림(園林)은 정원(庭園)을 의미한다. 그러나 인위적인 조경 작업을 한 정원처럼 집 안에 있는 공간에다 나무를 심고 우물을 판 공간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원림은 집 밖에 펼쳐 있는 공간으로, 산과 내가 존재하는 넓은 공간을 의미한다. 원림은 형태상으로나 내용상으로나 인간의 우주에 대한 이상을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이었다.

구곡원림의 시원(始源)은 남송의 주자(朱子-1130∼1200)가 경영했던 무이구곡(武夷九曲)이다. 무이산(武夷山)은 36봉우리와 37암석이 있고 시내가 그 사이를 흐르면서 아홉 굽이의 절경을 이루는데, 제1곡은 승진동(升眞洞), 제2곡은 옥녀봉(玉女峯), 제3곡은 선조대(仙釣臺), 제4곡은 금계동(金鷄洞), 제5곡은 무이정사(武夷精舍), 제6곡은 선장봉(仙掌峯), 제7곡은 석당사(石唐寺), 제8곡은 고루암(鼓樓巖), 제9곡은 신촌시(新村市)이다.

주자는 무이산에 한천정사, 무이정사, 고정정사, 죽림정사 등을 짓고 구곡원림을 경영하며 심성을 수양하고 도학을 닦았다. 주자는 이 과정에서 「무이도가(武夷櫂歌)」즉 「무이구곡가(武夷九曲歌)」를 지었는데 이 시는 후대에 중국 문인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성리학자들이 주자처럼 자신이 살아가는 공간에 구곡원림(九曲園林)을 경영하면서 구곡시(九曲詩)와 구곡가(九曲歌)를 짓고 각 원림을 대상으로 구곡도(九曲圖)를 그렸다.

문경(聞慶)의 구곡원림과 구곡시가

구곡원림(九曲園林)은 반드시 아름다운 경치가 형성된 계곡(溪谷)에 설정된다. 따라서 유자(遊者)는 배를 타고 노를 저어 거슬러 오르며 경치를 완상한다. 우리나라의 구곡원림이 무이구곡과 차이가 있는 점은 실제로 배를 타고 오를 수 있는 구곡원림보다 그렇게 할 수 없는 구곡원림이 더 많다는 점이다. 이것은 지형의 차이에서 말미암는 것인데 무이구곡은 수량이 풍부하여 배를 띄워 노닐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구곡원림은 그렇지 못하다.

그러나 문경(聞慶)은 산수가 빼어난 고장이기 때문에 다른 지방과 달리 선유구곡(仙遊九曲), 쌍룡구곡(雙龍九曲), 석문구곡(石門九曲), 화지구곡(花枝九曲), 청대구곡(淸臺九曲), 산양구곡(山陽九曲), 선유칠곡(仙遊七曲), 병천구곡(甁川九曲-未考證)등 8곳의 구곡원림이 존재한다. 각 구곡원림에 대한 굽이의 위치와 경관의 특징, 구곡원림을 경영한 유학자의 생평(生平) 및 학문적 세계, 그리고 그들이 읊은 구곡시가에 내재된 사상과 특징을 소개해 보기로 한다.